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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추억을 찾아서

by 럭키쏜 2026. 8. 8.

작년 이맘때 떠났던 설악산 곰배령 여름 산행

1. 새벽을 깨우며 출발한 설악산 곰배령

작년 여름 이맘때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생생한 산행의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당시 내가 가입했던 여성산악회 멤버들과 함께 설악산 곰배령으로 여름 피서 산행을 떠났던 날이다. 아침 일찍 산에 오르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 산행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귀둔리(설악산의 이쪽을 점봉산이라고 불렀다. 강원도 인제군 곰배골길)를 들머리로 삼아 곰배령 정상에 올랐다가, 탁 트인 전망대를 거쳐 다시 귀둔리로 원점 회귀하는 총 7.4km 코스였다. 놀면서, 쉬면서, 풍경을 즐기며 걸으니 총 5시간 정도 걸리는 부담 없고 딱 좋은 코스였다.

 

미리 국립공원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을 완료하고 도착한 귀둔리 탐방지원센터 입구. 여기서 아주 재미있고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다. 우리가 타고 간 관광버스가 무려 2대였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인원이 전부 다 에너제틱한 여성 대원들뿐이었던 것이다! 입구에서 출입을 확인하던 설악산 국립공원 직원이 대형 버스 2대를 가득 채운 여성 산행객 55명을 보더니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정말 깜짝 놀라셨다. 이렇게 많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대규모 산악회 팀이 한꺼번에 방문한 것은 처음 본다며 감탄과 웃음을 터뜨리셨다. 마침 방문 직전에 비가 내린 직후라 습하기도 하고 덥기도 한 날씨 탓에 산 전체에 일반 탐방객이 많지 않았는데, 덕분에 우리는 마치 곰배령 전체를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으로 유쾌하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2. 사우나 같던 더위를 날려버린 천연 냉장고! 계곡 골바람과 즐거운 등산길

사실 출발할 때만 해도 비 온 뒤의 습함과 여름철 특유의 찌는 더위 때문에 '오늘 산행이 너무 덥고 지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다. 특히 산행 초보인 나는 길이 미끄러워서 다치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이 긴장했었다. 하지만 곰배골 길로 들어서자마자 나의 이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숲길을 따라 조금씩 걸어 올라가다 보니 숲이 주는 그늘과 계곡이 선사하는 천연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기 때문이다. 전날 내렸던 많은 비를 거대한 자연이 오롯이 흡수하여, 산은 더욱 푸르름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산 굽이굽이마다 흔히 곰탕이라고 부르는 안개가 끼어 있어서, 갑자기 산신령이라도 나타나서 금도끼 은도끼를 줄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비록 산신령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대신 금도끼 은도끼만큼이나 귀하디 귀한 예쁜 야생화들을 오고 가는 길 내내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곰배령 산행길은 중간중간 맑고 깨끗한 계곡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계곡 근처에 다다를 때마다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골바람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계곡 앞에 잠시 서 있으면 마치 대형 냉장고 문을 한 번에 덜컥 연 것처럼 온몸을 감싸는 시원하고 차가운 바람이 슝 하고 불어왔다. 땀을 싹 거둬가는 그 천연 바람의 청량함은 문명 기계인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기분 좋은 시원함이었다. 올라가는 길 내내 대원들과 소소하게 수다도 떨고, 중간중간 그늘에 앉아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예쁜 야생화나 푸른 이끼가 보이면 사진도 찍고 한눈팔지 않으며 즐겁게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탁 트인 곰배령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3. 곰배령 정상 인증샷부터 계곡 입수까지, 완벽했던 원점 회귀 피서

곰배령 정상에 올라 시원하게 펼쳐진 천상의 화원 풍경을 배경으로 다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정상 인증숏을 남겼다. 올라오는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다른 등산객들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인증샷을 찍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다. 역시 설악산이 크긴 크구나 생각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지친 숨도 돌리고 흐트러진 외모도 정비할 시간이 생겨서 오히려 좋았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올라오느라 살짝 고됐던 피로를 한 번에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정상을 찍고 다시 귀둔리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물놀이 피서판이었다. 올라갈 때 점찍어두었던 시원한 계곡가에 자리를 잡고 너도나도 배낭을 내렸다. 다들 맑은 계곡물에 발을 퐁당 담그고 차가운 물 기운을 느끼며 어린아이처럼 물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몇몇 대원들은 아예 더위를 완전히 날려버리겠다는 듯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곡물에 몸을 깊숙이 담그며 제대로 피서를 즐기기도 했다. 비 온 뒤라 수량도 풍부하고 물도 어찌나 맑고 차가운지, 찌는 듯한 여름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웃음소리만 산울림처럼 퍼져나갔다. 곰배령의 쾌적한 숲길과 차가운 계곡물 덕분에 시원함과 재미를 모두 챙겼던 작년 이맘때의 설악산 산행. 지금처럼 지속되는 가뭄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늘 떠오르는 소중하고 그립고 생생한 기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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